
졸업장을 받았지만 첫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가 아닙니다. 신입사원 채용 공고가 지난 1년간 무려 33% 급감했고, 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현상이죠. Financial Times가 '잡포칼립스(Jobpocalypse)'라고 명명한 이 위기의 중심에는 AI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은 단순한 경기 침체와는 차원이 다른 구조적 변화입니다. AI 기술 전략가로서 여러 기업의 AI 도입 과정을 지켜본 결과, 많은 기업들이 AI 도입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채용을 멈추고 '관망'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 관망이 2~3년씩 계속되면서 청년 세대 전체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신입사원 채용 절벽, 숫자로 보는 충격
글로벌 채용 플랫폼 Indeed의 데이터는 충격적입니다. 신입 직원 대상 채용 공고가 1년 사이 33% 감소했고, 이는 중급 이상 직급 감소율의 3배에 달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졸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을 넘어섰다는 사실이죠.
글로벌 리크루팅 기업 Robert Walters의 CEO 크리스 엘드리지는 "지금은 역사상 신입사원이 취업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라고 단언합니다. 그가 지적한 핵심 요인은 경제 불확실성입니다. 기업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가장 먼저 멈추는 것이 신입사원 채용이죠.
"2~3년간 신입 채용을 중단하면, 그 시기에 해당하는 인재 풀에 공백이 생깁니다. 기존 직원을 과도하게 승진시키게 되고, 이는 조직 전체의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무너뜨립니다." - 크리스 엘드리지, Robert Walters CEO
흥미롭게도, 미국 기업들이 말하는 '신입사원(Entry-level)'은 실제로는 1~2년 경력자를 의미합니다. 진짜 신입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는 청년들에게 악순환을 만듭니다: 경력이 필요한데 첫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는 것입니다.
AI가 만든 완벽한 폭풍: 기업들의 '관망 전략'
파리에 본사를 둔 AI 기반 채용 플랫폼 Welcome to the Jungle의 공동창업자 제레미 클라는 핵심을 찌릅니다. "기업들은 AI가 신입사원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지, 중급 직원들은 어떻게 될지 기다리며 채용을 멈췄습니다."
특히 회계법인과 로펌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AI가 주니어 변호사나 회계사 업무의 약 80%를 처리할 수 있다고 분석되면서, 신입 채용이 급격히 줄었죠. 하지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이들 조직의 평균 연령이 55세라는 것입니다. 제레미 클라가 던진 질문이 날카롭습니다: "지금 신입을 채용하지 않으면, 이 회사는 15년 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릅니다. 그렇다면 누가 실수하고 있는 걸까요?"
일부 기업의 과감한 실험, 그리고 실패
일부 기업들은 AI를 전면 도입하며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엇갈립니다. AI 기술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얼마나 견고한지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전문적인 몇 가지 영역을 제외하면 완전한 대체는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기업이 성급하게 직원을 해고하고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려다가 실제로는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정확성, 신뢰성,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말이죠.
법률 업계의 AI 혁명: Simmons & Simmons 사례
국제 로펌 Simmons & Simmons의 수석 파트너 줄리안 테일러는 AI 도입에 전면적으로 나선 대표적인 선두 주자입니다. 그들은 2023년 자체 생성형 AI 도구 'Percy'를 론칭했고, 이는 방대한 문서를 처리하고 중요 포인트를 추출하는 작업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테일러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신입 변호사 채용을 줄이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인재 파이프라인이 좁아지면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자체 수습 변호사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학습 방식
AI가 반복적인 '잡일(drudge work)'을 대신하면 주니어 변호사들은 어떻게 학습할까요? 테일러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사실 20~25번째 같은 일을 할 때는 더 이상 배우지 못합니다. 3~4번 정도면 충분하죠. AI가 반복 작업을 처리하면, 오히려 주니어들을 더 가치 있는 고급 업무로 빠르게 이동시킬 기회가 됩니다."
실제로 Percy를 사용하는 변호사를 인터뷰한 결과, 그녀는 여전히 모든 문서를 한 줄 한 줄 읽습니다. AI에 100% 의존하지 않죠. 대신 AI가 테마별로 질문을 정리해주면, 그녀는 그것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프롬프트 작성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지름길을 택하면, 결과물도 좋지 않습니다. 좋은 프롬프트는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그것이 바로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 Simmons & Simmons 소속 변호사
이는 중요한 통찰입니다.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곧 새로운 핵심 역량이 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아이디어를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 말이죠.
미래 일자리 구조: 다이아몬드 모양의 조직?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 조직이 '다이아몬드' 형태가 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최고경영진이 꼭대기에, 중간에 많은 인력이 몰려 있고, 하층부는 매우 적은 구조죠. 하지만 이 모델에는 명백한 모순이 있습니다. 과연 중간층 인재는 어디서 올까요? 하층부에서 성장한 사람들이죠. 신입을 채용하지 않으면, 10년 후 중간 관리자도 없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기업이 간과하는 문제입니다.
중세 도제 제도의 부활?
일부 전문가들은 급진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중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죠. 당시 중산층 가정은 돈을 모아 장인에게 지불하고 자녀를 도제로 보냈습니다.
미래에는 기업이 주니어의 기술을 즉시 수익화할 수 없다면, 교육비를 받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대안은 '연한제 계약'입니다. "우리가 당신을 교육하겠습니다. 대신 완전히 훈련받은 후 10년간 우리와 함께해야 합니다." SF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초현대적인 문제가 역사책에서 해결책을 찾게 만들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그렇다면 지금 대학생이거나 곧 졸업할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학 교육이 여전히 가치가 있을까요?
제 답은 '예'입니다. 명문대 학위는 여전히 커리어의 좋은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와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 미래 직장에 필요한 기술과 비판적 사고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AI 시대 필수 역량 5가지
-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능력
- 비판적 사고: AI 결과물을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는 판단력
- 복잡한 문제 해결: AI가 할 수 없는 창의적이고 맥락적인 문제 해결
- 지속적 학습 능력: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적응하는 유연성
- 인간적 소통 능력: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공감과 설득의 기술
테일러는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바꿨다고 합니다. "이제는 안심시키는 것을 넘어 조금은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몇 년 후를 정확히 모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론: 실험의 시대, 우리는 모두 실험 대상
지금 우리는 엄청난 실험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일부 기업은 AI에 올인하며 대규모 감원을 하고, 다른 기업은 특히 주니어 레벨 채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누가 옳을까요? 몇 년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신입 직원 채용을 멈추면 조직의 미래가 사라집니다. 사다리의 첫 번째 계단이 없으면 아무도 올라갈 수 없습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리더십, 판단력, 조직 문화는 인간만이 전수할 수 있습니다.
청년 여러분, 두려워해야 합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AI 시대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세요.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을 익히세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AI의 결과를 검증하는 능력을 키우세요.
그리고 기업 리더 여러분, 단기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지 마세요. 15년 후에도 존재할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신입을 채용하고 교육하세요. AI는 도구입니다. 그 도구를 쓸 사람을 키우는 것은 여전히 당신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