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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이 당신에게 '배지'를 주는 진짜 이유: 중독과 게이미피케이션의 역설

by Aim-High 2025.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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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틱톡을 몇 시간이나 봤나요? 아마 정확히 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냥 '잠깐'만 본다는 생각으로 앱을 켰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이런 현상을 전문가들은 '둠스크롤링(doomscrolling)' 또는 '무한 스크롤 중독'이라 부릅니다.

 

흥미로운 건 이제 틱톡 자체가 이 문제를 인정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2024년 11월, 틱톡은 사용자의 스크롤 시간을 제한하고, 그 제한을 잘 지키면 '배지'를 주는 새로운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40분, 60분, 90분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시간이 지난 후 앱은 자동으로 잠기고 다음날까지 접속할 수 없게 됩니다. 제한 시간보다 적게 사용하면 청동 배지를, 3일 연속이면 은배지를, 일주일 연속이면 금배지를 받습니다.

 

언뜻 보면 '사용자 건강을 생각하는 착한 플랫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 이 전략을 보면서 묘한 불편함을 느낍니다. 중독을 만든 당사자가, 그 중독을 또 다른 게임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이 배지 시스템은 진정한 디지털 웰빙 솔루션일까요, 아니면 더 교묘한 형태의 사용자 조작일까요?

어두운 조명 속에서 지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과 밝은 조명 아래에서 활기차게 현실 세계와 교감하는 같은 사람을 양쪽으로 나눈 화면. 두 장면 사이로 청동, 은, 금 배지가 중독적인 스크롤에서 균형잡힌 디지털 생활로의 전환 경로를 표현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둠스크롤링의 심리학: 왜 우리는 멈출 수 없을까

틱톡의 중독성은 단순히 콘텐츠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2021년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소년의 59%가 소셜미디어를 포기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13-17세 청소년 중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그중 45%는 자신이 '거의 항상' 온라인에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중독성의 핵심은 '간헐적 보상 체계'입니다. 다음 영상이 재미있을지 없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뇌는 계속 스크롤을 하도록 유도됩니다. 이는 마치 슬롯머신이 작동하는 방식과 같습니다. 언제 대박이 터질지 모르니까 계속 레버를 당기게 되는 거죠.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둠스크롤링을 하는 18-44세 아이폰 사용자 121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2주간 하루 두 번 마음챙김 운동을 제공받은 그룹이 일반 사용 그룹보다 훨씬 낮은 중독 수준을 보였습니다.

여기에 알고리즘의 개인화가 더해집니다. 틱톡의 AI는 당신이 어떤 콘텐츠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어떤 영상을 반복해서 보는지, 어떤 해시태그를 클릭하는지 모두 학습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절대 그만둘 수 없는 완벽한 콘텐츠 피드를 만들어냅니다. 제 표현대로라면, 이건 '큐레이티드 세렌디피티(curated serendipity)'의 완벽한 구현입니다. 우연한 발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철저히 계산된 경험이죠.

무한 스크롤의 진짜 비용

시간 낭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2021년 Kross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일주일간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이 계속 사용한 그룹에 비해 웰빙과 삶의 만족도가 유의미하게 향상되었습니다. 즉, 소셜미디어 과다 사용은 단순한 시간 낭비를 넘어 우리의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주의력 분산: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뇌는 긴 글이나 심층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작업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 수면 장애: 자기 전 스크롤링은 수면 패턴을 교란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 비교와 불안: 완벽하게 편집된 타인의 삶을 끊임없이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족이 커집니다.
  • 시간 왜곡 현상: '5분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스크롤이 1시간으로 늘어나는 시간 인식의 왜곡이 발생합니다.

틱톡의 '타임 아웃 튜즈데이': 해결책인가, 면피용인가

틱톡이 발표한 새로운 기능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40분/60분/90분 중 하나를 선택하면 그 시간 후 앱이 자동으로 잠깁니다. 둘째, 시간 제한 10분 전에 경고를 주고, 시간이 다 되면 폭죽 애니메이션과 동기부여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셋째, 제한 시간보다 적게 사용하면 청동-은-금 배지 시스템으로 보상을 줍니다.

 

틱톡은 이를 '타임 아웃 튜즈데이(Time Out Tuesday)'라고 부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능은 요일과 관계없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밍부터 이미 게임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죠.

 

전략 컨설턴트로서 이런 접근법을 분석할 때, 저는 항상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를 먼저 묻습니다. 군에서 정보 분석관으로 일할 때 배운 원칙이기도 합니다 - 겉으로 보이는 행동과 실제 의도는 종종 다릅니다. 틱톡의 이번 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사용자 건강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틱톡이 밝힌 내부 데이터의 의미

틱톡은 자체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일일 스크린타임 알림을 설정한 사용자는 그렇지 않은 사용자보다 앱 사용을 18% 줄였고, 주간 요약을 구독한 사용자는 9% 줄였다고 합니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긍정적으로 보면, 최소한 일부 사용자에게는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면, 18%와 9%라는 수치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만약 하루 3시간 틱톡을 보던 사람이 18% 줄이면 약 2시간 27분입니다. 여전히 상당히 많은 시간이죠. 더 중요한 건, 이 수치가 '자발적으로' 알림을 설정한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미 자기 조절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틱톡의 연구 결과: 일일 스크린타임 알림 설정 시 18% 사용 감소, 주간 요약 구독 시 9% 사용 감소. 하지만 이는 이미 자기 조절 의지가 있는 사용자들에게서 나온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의 양면성: 독약인가, 해독제인가

배지 시스템은 전형적인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입니다. 게임 요소를 게임이 아닌 영역에 적용해서 사용자 참여를 높이는 기법이죠. 피트니스 앱에서는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배지를 주고, 교육 앱에서는 학습 완료 시 포인트를 줍니다. 웰니스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은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사용자 참여도를 높이고,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며, 장기적인 습관 형성을 돕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모순이 발생합니다. 틱톡의 중독성 자체가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좋아요 수, 조회수, 팔로워 수 - 이 모든 것이 사용자를 끊임없이 앱으로 끌어들이는 게임 요소들입니다. 이제 틱톡은 '덜 사용하기'를 또 다른 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담배 회사가 금연에 성공하면 포인트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비즈니스 전략 컨설팅을 할 때 자주 보는 패턴이 있습니다. 기업들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규제 압력이 있을 때 말이죠. 틱톡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만 12개 이상의 주 검찰총장이 틱톡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며,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기능을 조장한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진짜 해결책은 무엇인가: 알고리즘의 투명성

배지를 주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1.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사용자가 자신의 피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하고, 알고리즘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합니다.
  2. 디폴트 설정의 변경: 무한 스크롤을 옵션이 아닌 기본값으로 제한하고, 사용자가 원하면 해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3. 실질적인 타임아웃: 90분이 '최대 제한'이라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하루 90분이면 주당 10시간 이상입니다. 더 강력한 디폴트 제한이 필요합니다.
  4. 콘텐츠 다양성 보장: 알고리즘이 사용자를 필터 버블에 가두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노출시켜야 합니다.

플랫폼 책임성과 사용자 자율성 사이에서

틱톡 같은 플랫폼은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 시스템에서 작동합니다. 사용자의 주의력이 곧 광고 수익이기 때문에, 사용자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이해관계 충돌 속에서,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사용자 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하기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최근 틱톡은 자살 및 자해 콘텐츠를 검토하는 전담 인력을 고용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스팸 댓글을 필터링할 수 있는 기능도 출시했습니다. 이런 조치들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반응적(reactive)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소송이 있고, 규제 압력이 있으니까 대응하는 것이지, 선제적으로(proactively) 사용자 웰빙을 우선시하는 건 아닙니다.

 

기술 전략 전문가로서 분석해보면, 틱톡의 이번 조치는 '최소 실행 가능한 컴플라이언스(Minimum Viable Compliance)' 전략입니다. 규제 기관과 대중의 비판을 최소한으로 무마하면서도,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건드리지 않는 거죠. 진짜 변화는 수익 모델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에서 나오는데, 그건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개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물론 모든 책임을 플랫폼에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자기 조절 능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공정성에 대한 질문이 생깁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사용자 행동을 연구하고, 최고의 신경과학자와 행동경제학자들을 고용해서 중독성을 극대화한 플랫폼과, 개인이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까요?

 

이건 마치 축구 경기에서 한쪽 팀은 프로 선수 11명이고, 다른 팀은 취미로 축구 하는 사람 한 명이 뛰는 것과 같습니다. 형평성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규제가 필요하고, 플랫폼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겁니다.

수십억 달러의 예산으로 중독성을 설계한 플랫폼과 개인의 의지력 사이의 싸움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시스템 차원의 변화에서 나옵니다.

실질적인 디지털 웰빙 전략: 당신이 할 수 있는 것들

플랫폼의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들이 있습니다. 제가 컨설팅 업무 중 디지털 전환을 다룰 때 자주 강조하는 것이 '시스템 설계를 통한 행동 변화'입니다. 의지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환경 자체를 재설계하는 거죠.

의지력이 아닌 구조로 문제 해결하기

  • 물리적 장벽 만들기: 스마트폰을 잠자리에서 멀리 두고, 충전은 다른 방에서 하세요. 접근성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 앱 삭제 후 웹 버전 사용: 틱톡 앱을 삭제하고 필요할 때만 웹 브라우저로 접속하세요. 몇 단계의 추가 행동이 무의식적인 습관을 끊습니다.
  • 그레이스케일 모드 활용: 스마트폰을 흑백 모드로 전환하면 시각적 자극이 줄어들어 스크롤링 욕구가 감소합니다.
  • 특정 시간대 디지털 디톡스: 예를 들어 오후 7시 이후에는 소셜미디어를 보지 않는 룰을 만들고, 물리적으로 폰을 다른 방에 두세요.
  • 대체 활동 미리 준비: 스크롤링 대신 할 수 있는 즉시 실행 가능한 활동 리스트를 만드세요 (책 읽기, 산책, 스트레칭 등).

마음챙김과 메타인지의 중요성

2022년 연구에서 입증되었듯이, 마음챙김(mindfulness) 훈련은 둠스크롤링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핵심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의식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앱을 여는 순간, 한 번 멈추고 자문해보세요: "나는 지금 정말로 이걸 보고 싶어서 여는 건가, 아니면 그냥 습관적으로 여는 건가?"

 

이런 메타인지적 접근은 단순히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여러분이 기술과 맺는 관계 자체를 재정의합니다. 기술이 여러분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기술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사용하는 거죠.


결론: 중독을 게임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틱톡의 배지 시스템은 이중적입니다. 한편으로는 플랫폼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일부 사용자에게는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회피하면서 표면적인 조치만 취하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진정한 디지털 웰빙은 배지 몇 개로 달성되지 않습니다. 그건 플랫폼의 구조적 변화, 알고리즘의 투명성, 사용자의 진정한 자율성 확보, 그리고 무엇보다 주의력 경제 자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주의력'이 상품화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경제 시스템이 우리의 정신건강, 관계, 그리고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틱톡의 배지가 여러분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 활용하세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진짜 변화는 여러분이 기술과 맺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때 옵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지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시간과 주의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틱톡의 배지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이나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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