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을 안 해요. 점심시간도 없어요. 3교대를 혼자 해요."
데이터 분석가이자 시대예보 저자인 송길영은 최근 세바시 인생질문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상대는 사람이 아닙니다. 바로 AI예요. 그리고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지금 우리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경량문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죠.
제 경험에 비춰봐도 이 변화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불과 재작년 챗GPT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AI는 보조 도구 정도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거든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제가 목격하는 현장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고 AI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량문명이란 무엇인가: 지능의 범용화와 협력의 경량화
저자가 말하는 경량문명은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설명됩니다. 첫째는 '지능의 범용화'입니다. 2024년까지만 해도 AI의 IQ 테스트 결과는 100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요. 그런데 2025년 현재, 이 수치가 14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1년 만에 일어난 변화죠.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AI가 이제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사람이 꼭 해야 한다고 믿었던 지적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글쓰기, 분석, 심지어 코딩까지. 퇴근도 점심시간도 없이, 24시간 작동하면서 말이죠.
둘째는 '협력의 경량화'입니다. 이건 더 흥미로운 변화예요. 저자는 과거 조직 문화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부장님이 차장님한테 지시하고, 차장님이 대리님한테 전달하고, 결국 대리님이 다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대리님한테 시키면 되잖아요?"
층층이 쌓인 의사결정 단계, 결재를 위해 소모되는 시간,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 이 모든 것이 조직을 느리고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량문명에서는 이 중간 단계들이 축소되거나 제거됩니다. AI와 디지털 툴이 중간 단계를 대체하면서, 조직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거죠.
경량화는 선택이 아니다
여기서 강조되는 핵심은 이겁니다: "경량 문명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냥 하셔야 돼요."
소비 영역에서는 선택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쇼핑이 싫으면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면 되죠. 하지만 생산 영역, 즉 우리가 돈을 버는 경제 시스템에서는 다릅니다. 택시 기사도 콜 앱을 써야 하고, 카드 결제를 받아야 합니다. 안 하면 손님을 받을 수 없어요. 생업이 걸린 문제에서는 적응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취업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신입은 거의 안 뽑는다
이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취업 시장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지금 조직은 본인이 살기 위해서 신입을 안 뽑는 모드로 갈 거예요."
왜 그럴까요? 과거에는 신입 사원을 뽑아서 6개월, 1년, 심지어 3년 동안 가르치고 키울 여유가 있었습니다. 조직도 안정적이었고, 산업 변화도 느렸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첫째, 사업 모델이 빠르게 바뀝니다.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둘째, 교육 투자가 회수되기 전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씨를 뿌렸는데 추수를 다른 회사가 하는 거죠. 셋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배우는 일 자체를 AI가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력 같은 신입, 신입 같은 고령자
그렇다면 취업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저자는 흥미로운 트렌드를 지적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경력 같은 신입'이 등장하고 있다는 거예요. 다른 일을 해보고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신입으로 지원하는 겁니다. 본인의 경력을 환금하지 않고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조직이 원하는 건 즉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세요?"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가 중요해진 거죠. 면접이 곧 업무가 되는 시대입니다.
살아남는 사람의 결정적 무기: 실제로 일을 해봐라
그렇다면 이 잔혹한 시대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답은 명료합니다:
"먼저 일을 해야 일할 수 있는 환경에 갈 수가 있습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그건 과거의 방식입니다. 지금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증명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해봐야 하고, 그 결과물을 보여줘야 합니다. 취업 준비가 아니라, 실제로 일을 먼저 해보는 거예요.
AI를 동료로 받아들여라
많은 사람들이 AI를 두려워하고, 저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직업을 가지신 분들은 다 반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그냥 하세요. 이거는 못 피해요. 생산에 들어가는 거는 돈이 걸려 있는 거예요. 그러면 치열하게 해요."
중요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AI를 '툴'이 아니라 '동료'로 봐야 한다는 거예요. 툴은 내가 사용하고 결과를 정돈해야 하지만, 동료라면 일임할 수 있습니다. AI의 능력이 충분히 성숙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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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 능력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못했던 큰 일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개인의 효용과 가치가 극대화되리라 보여집니다.
경량 시대의 협력 방식: Be Kind가 전제 조건
경량문명에서 협력의 방식도 완전히 바뀝니다. 과거에는 조직에 들어가면 30년을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죠. "앞으로 30년, 주말에 뭐 해?" 이런 식으로 종속적인 관계가 형성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젝트 중심의 협력입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관계도 끝납니다. 하지만 또 만날 수 있어요.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또 만나야 되는데 이분은 싫어요. 거칠어요. 일을 전가해요. 사회 변화에 둔감해요. 이러면 그분을 더 이상 안 만나겠다고 선언하는 거죠. 이게 반복되면 고립돼요."
그래서 Be Kind가 전제 조건이 됩니다. 항상 상대에게 친절하고, 진심을 다해서 대우해야 합니다. 협력 파트너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준비를 열 개 할 수는 없다
젊은 세대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이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를 준비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시간 자원은 한정적이니까요.
"먼저 해야 될 건 뭐냐면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이런 것들을 축적해야 돼요. 그래서 쌓은 걸 들고 가서 교환 가치를 보여줘야 됩니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이를 가지려면 애정이 있어야 하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준비를 열 개 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를 깊게 파야 합니다.
당분간 몸 조심하셔야 됩니다: 전환기의 아픔
이번 책을 '예보'가 아니라 '특보'라고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이번 변화는 예외 없이 경제 시스템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환기에는 굉장히 아파요. 갈등이 생기면 그거를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요. 근데 문제는 그 갈등이 생긴 동안에 많이 아프단 말이에요."
나중에는 안정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빠르게 바뀔 때는 적응의 에너지도 필요하고, 예기치 못한 상처도 생깁니다. 그래서 당분간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결론: 바뀌는 세상에 대해 두려워하지 마시고, 먼저 살펴보세요
어찌보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경량문명은 이미 시작됐고, 우리는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주변을 살펴보세요. 실리콘 밸리나 큰 기업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요. "요즘 숙제도 이걸로 하더라. 계약서도 이걸로 좀 보는 거 같던데. 예전보다 올라오는 동영상이 참 재밌는데 사람이 만든 게 아니잖아."
이런 조짐들을 이해하고, 나의 일에 적용해보세요. 실제로 일을 해보세요.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세요. AI를 동료로 받아들이고, 지금까지 못했던 큰 일에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깊게 파세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던지는 질문입니다.
"당신의 일은 무엇인가요? 회사나 직함 말고, 당신의 일을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경량문명 시대를 살아갈 준비가 된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